우리 공주 출산후기(순산바이러스 팍팍~!!)
율아
3.29(일)
결혼기념일 1주년을 맞이하여 벚꽃나들이 가서 걷고 또 걸은 탓인지..
밤에 화장실 갔더니 갈색냉이 비췄다. 이거 뭐지?? 이게‘이슬’이라는 건가??
콩닥콩닥 긴장과 기대감을 안고 임신·출산 책을 보며 잠에 들었다.
3.30(월)
병원 검진이 있어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 오늘은 처음으로‘내진’을 했다.
선생님께서 자궁문이 조금 열렸으며, 이슬은 계속 비칠 수 있다며..
집에 가서 진통이 오거나 양수가 새면 병원으로 오라고 하셨다.
‘아.. 이제 드디어 우리 딸 만나는 구나!!’ 맘의 준비를 하고 집에 와서 이것저것 집안일을 정리했다.
3.31(화)
새벽.. 평소와는 다르게 아랫배가 싸하게 아파서 깼다. 그리고 또 이슬이 비췄다.
‘아..드디어 진통이구나..’
진통 어플로 체크하니 10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는 것 같아서 밤새 한숨도 못 잤다.
아침에 신랑에게 아무래도 오늘 우리 아라치 만날 것 같다고.. 전화하면 집에 오라고 하고 신랑을 출근시켰다. 그리고 마지막 출산가방을 체크하고 씻었다.
진통시간 체크하면서 GB스쿨에서 배우 출산명상을 하면서 나만의 출산모습을 그리고 또 그렸다.
그런데.. 그런데!!!!
오전 내내 생리통처럼 오던 규칙적인 진통이 오후가 되니 불규칙적이고 점점 덜 아픈 것 같았다. 신랑은 걱정이 되어 하루 종일 전화가 오고...
온 사무실에 집사람 출산 스탠바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지인들에게 종일 전화까지 받았다는;;;
이렇게 우리 아라치는 엄마, 아빠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버렸다.
4.1(수)
만우절 거짓말처럼 어제 그렇게 아픈 배가 오늘은 별 통증도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태동도 더 강하게 느껴졌다.
‘아라치...너 뭐야?? 엄마랑 아빠랑 밀당하니??’
사람에 따라서 자궁문 열리고도 몇 달을 가는 사람도 있고, 이슬을 비치고도 몇 주가 가는 사람도 있다니....
‘아....예정일 되어서 나오려나보다’ 하고, 다시 짐볼체조랑 복식호흡, 케겔운동을 했다.
4.3(금)
드디어 40주 우리 공주 예정일!!
그런데 살짝 비치는 이슬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예정일이 되니 여기저기서 출산했냐는 전화가 종일 왔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가 GB스쿨을 다니며 그려왔던 르봐이예 분만을 하려면 애가 너무 늦게 나와도 안 되는데..’
‘유도분만을 하게 되면 실패할 수도 있다는데...’
‘아... 바스도 해야 하는데.. 태교송도 하루도 안 빠지고 아침저녁으로 불러줬는데...’
걱정을 하다가...문득 이 또한 우리 딸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아서..
‘아니야~ 아니야~ 아라치... 이 모든 결정은 네게 있구나.. 네가 가장 나오고 싶을 때 나오렴...
하지만 엄마는 그저 우리 아가 나올 때 힘들까봐 살짝 걱정이 되는구나..’ 하면서 울 강아지랑 산책을 3시간이나 걷고 또 걸었다.
4.4(토)
아침에 친정엄마가 전화가 왔다.
“딸~ 우리 아라치는 이왕이면 내일 태어나면 좋겠다. 청명날 말이야... 오늘 저녁은 집에 와서 엄마밥 먹고 가면 우리 딸 내일 출산하지 싶다~~”
“엄마두 참...”
저녁에 친정에 가서 엄마가 해주신 밥과 고기 엄청 먹고, 나 애 낳으면 조리원 있을 동안 먹을 울 신랑 양식 한가득 들고 집으로 왔다.
4.5(일)
AM 1:30 배가 사르르 아파서 깨서 화장실 갔더니 붉은 피가 비쳤다.
그리고 배가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며칠 전 느낀 아픔과는 비교가 안 되는 강도로.
그런데 또 ‘양치기 소년’이 될까봐 곤히 자는 신랑을 깨울 수가 없었다.
AM 1:50 배가 규칙적으로 심하게 아프자 진통 어플을 켰다.
5분 간격으로 1분정도의 진통이 왔다.
‘아... 이게 진짜 진통이구나...’ 가진통과 확연히 구분되는 고통이었다.
AM 2:10
“자기야...나 아파..많이.. 병원가야 할 것 같아” 한마디에
“아파?? 배 아파??” 벌떡 일어나는 이 남자..
아마도 딸래미 밀당 덕분에 항상 맘의 준비를 하고 있었나 보다.
신랑이 병원에 전화해서 상황 설명을 하니 병원에 지금 오라고 했다.
5분 만에 옷 갈아입고 출산가방 다 들고는 빨리 가자고 신랑이 재촉했다.
난 진통간격을 이용하여 쏜살같이 머리감고 샤워를 했다..
“지금 그럴 여유가 있냐?는 신랑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AM 2:50 병원 도착.
데스크에 말하니 바로 분만실로 전화해 주시고는 분만실로 가라고 하셨다.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면서 생각했다.
‘담당선생님 없는 일요일, 그것도 꼭두새벽에 이렇게 분만하러 올 줄이야...’
‘청명날 낳을 것 같다는...그래서 어제저녁 든든히 챙겨 먹여주신 울 엄마...
엄마의 감은 정말 대단하구나...’
AM 3:00 간호사 선생님이 내진했더니 35%35%가 열렸다고 한다.
“진통 참다가 오셨어요? 진행이 이미 되어서 무통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바로 관장 및 제모 할게요” 한다.
굴욕 세트 따위를 생각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진통이 강해지고 있었다.
AM 4:00 진통의 세계... GB스쿨에서 배운 대로다..
못 참을 만큼 아프다가도 진통을 쉴 때는 언제 아팠나 싶다.
그런데 점점 진통의 강도가 세지니까..
진통이 점점 다가오는 순간이 두려워진다...
“자기야..그분이 오신다..오신다..”
진통이 올 때마다 신랑 손 꼭 잡고 복식호흡을 함께했다.
숨쉬기운동..이건 거의 반사적으로 나온다..
숨쉬기만 잘해도 고통은 많이 감해져서..
AM 4:30 간호사 선생님 내진...50% 열렸단다.
점점 신음소리가 나도 모르게 커졌다.
누워 있는 것이 더 아픈가 싶어 진통이 잠시 약해졌을 때 침대에서 내렸다.
신랑보고 짐볼 가지고 오라고 해서 짐볼에 앉았다.
그분이 또 오셨다.
‘아니야... 아니야... 앉아있는 것이 더 힘들구나..’ 다시 침대로 겨우 올라갔다.
AM 4:50 점점 견디기 힘들어졌다.
침대 시트가 다 뜯어질 정도로, 신랑손이 멍이 들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너무 아파서 소리가 커지니 간호사 샘이 오셔서 또 내진..
55% 열렸단다..
아~ 이제 절반이 열렸는데.. 이정도로 아프다니...
살짝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AM 5:30 진통간격이 짧아지고 강도도 엄청 세졌다.
GB스쿨에서 진통이 오면 아기는 훨씬 더 힘들다<, 진통이 오면 아기생각에 집중하라는 말이 떠올랐다.
“아라치..힘들지?? 엄마도 너무 힘들다...우리 조금만 참자~~엉엉~~”
난 주위사람들에 대한 의식 따위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엉엉 울면서 우리 딸에게 계속 말했다..(이건 사실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일지도.)
갑자기 친정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엄마..엄마...울 엄마 보고싶어..엉엉~~”
내 나이도 잊고 울기 시작했다.
“알았다..알았다..장모님 불러줄게... 신랑은 안보고 싶나??”
이 순간에도 이런 농담을 하는 이 남자...뭐니????!!!
AM 6:20 진통이올 때밑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꼭 응가가 나올 것 같은 느낌..
그러면서 뭔가 나온 것 같다...
엄청 아파서 이성을 잃을 지경인데도 혹시나 ‘나 응가한거 아니야’
당혹스러움에..
“자기야.. 간호사쌤 쩜 불러줘... 나 뭔가 나오는 것 같아..”
신랑의 부름에 간호사가 들어오고..
“이슬이예요... 산모님 힘주세요...자궁문이 이제 100% 열렸어요”
100%라고?? 100%!!!!
난 그 순간 자궁문 100% 열리면 애가 바로 나오는 줄 알았다.
근데...이제부터 본격적인 힘주기에 들어간단다... 오마이 갓!!!!!
AM 6:30“애기 머리가 보여요... 이제 진통이 올 때 크게 숨 쉬고 숨을 참았다가 힘을 길게 줘야 해요.”
엄청난 진통이 밀려 올 때 숨을 크게 쉬었다.
그런데 너무 너무 아파서 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산모님, 숨을 내쉬어 버리면 힘이 안들어가욧!!!!!”
“엉엉~~ 저 못하겠어요..숨을 못 참겠어요” 울어버렸다.
(나 나름 젠틀맘인데..지금 생각하니 너무너무 부끄럽다...내 입에서 못하겠다는 말이 나오다니!!!!!!)
그때 신랑이..
“아이다..아이다.. 니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우리 같이하자!! 같이 해보자. 자!!자!! 숨 크게 쉬고... 합!!!”
난 속으로 ‘말로는 나도 한다고!!!! 말로는 누가 못 하나’
“여보야..우리 한 방에 끝내자. 우리 힘드니까 한방에 힘 잘 줘보자”
‘이 인간...자기가 함 누워 있어보라고...나도 한방에 하고 싶다고!!’
숨쉬기도 잘 안 되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정말 우아하게 출산하려고 했는데.. ㅠㅠ)
“산모님..이러면 애기한테 산소공급도 안되고..소리 지르면 아기는 청각이 가장 발달해서 아기가 두려워 해욧!!!” 간호사쌤이 혼냈다.
그때부터 나의 비명소리는 ‘으으으음음......’ 강한 신음소리로 바뀌었고..
나의 힘주기는 제대로 되기 시작했다.
크게 숨을 쉬고 최대한 참았다가 10초 이상 힘주기
“산모님 잘하네~~~” 이 한마디에 자신감 얻어 또 한 번의 긴 힘주기..
그때부터 갑자기 분만실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침대가 변신~
의사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다시 힘을 주니...이번에는 힘을 빼란다.
AM 6:50힘을 빼고 서서히 힘을 주는 순간...
뭔가 쑥 빠지면서 그 엄청난 고통은 한 순간에 사라졌다.
“응애~~~”
내 가슴위에 따뜻한 아기가 올라왔다.
르봐이예 출산 영상 보면서 그렇게 울었던 나...
그런데 내 아이가 내 가슴에 올라온 순간.. 난 멍해졌다.
펑펑 울 줄 알았는데 눈물도 나지 않았다.
“산모님 아기 토닥여주세요” 말에 정신이 돌아왔다.
아기를 토닥이면서
“아라치, 나오느라 힘들었지. 반가워..엄마아빠한테 와줘서 고마워..사랑해.”
정말 신기하게 애가 그쳤다. 엄마 목소리를 아는 것 같은...
곧이어 신랑이 탯줄을 자르고 바스를 했다.
“사과같은 아라치~ 예쁘기도 하지요~~~”태교송을 부르면서..
그리고 아기는 내 옆에 왔다. 나랑 신랑이 이런 저런 말을 하니 눈을 떴다..
정말 뭐라 표현 할 수 없는 감격이 밀려왔다.
이렇게 우리 공주 아라치는 한 주간 엄마 아빠랑 밀당하다가 식목일 아침,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날, 예수님 부활하신 부활절 아침 축복처럼 우리에게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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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
축하드려요~~
애쓰셨넹~~
저두다읽고울었네요~
전아직멀었지만 무섭기도하구.~~ㅜ -
화이티
저 다 읽고 울었어요 순산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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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
모두들 순산하셔요~ 많이 아프지만 해 볼만 합니다!! 아자아자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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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교
후기가 생생하네요~~수고하셨네요..이글 읽으면서 눈물나서 죽을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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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순산축하드려요..
지금두배가싸하게아파선..완전꼼꼼히읽었네요ㅜ -
가자
후기 감사합니다 저도 이르지만 담주엔 나오면 좋겠는 산모에요.. 출산후기만 보면 눈물나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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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샘
저 다음주 내진인데 ㅜㅜ
눈물 났어요 -
가랑비
저두 담달중후반이에요~
아웅~떨리네욤
오늘 산모교실에서 분만관련한 수업들어서그런지 더긴장되용ㅎㅎ -
그녀는귀여웠다
정말상세한분만후기네요...읽는도중울컥울컥 아직 출산경험없는데 리얼한후기보니 제가다경험한느낌이네요...몸조리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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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나무
순산 축하드려요~
저도 담달 중순 출산 예정이라 꼼꽁하게 다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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