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어떻게 카워여 할지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베레기
이제 갓 첫 아이를 낳아, 아기 키우기에는 ‘생’초보인 나, 임상심리학자로 심리학이령리학이론으로 무장했지만 실전은 생전 처음인 나, 육아에 관해 모르는 것들 투성이에 아는 것 빼고는 다 모르는 초보 엄마는 오늘도 아이와 함께 커가고 있다. 열심히 육아 관련 책을 읽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는데. 이렇게 모든 엄마들은 나름 육아의 전문가(?)가 되어가는 것일까.
심리학자가 알고 있는 지식이 실제적으로 적용되려면 단계를 거쳐야 한다. 문법에 대해 열심히 공부한다고 바로 말이 나오는 게 아닌 것처럼, 자전거 타기에 대해 책으로 공부한다고 사이클링의 달인이 되는 건 아닌 것처럼, 지식의 형태로 저장된 정보가 실생활에 적용되려면 실전의 반복된 시행을 통해 ‘암묵적 지식’의 형태로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이다. 발달심리의 달인이라고 하더라도, 아기를 키워보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것처럼.
많이 알고 있어서 오히려 고민인 것들도 많은데, 다소 추상적인 심리학 이론이 실제적으로는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 애매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애착이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지만, 아기의 안정애착 형성을 위해 필요한 조건인 ‘민감성’과 ‘즉각성’이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나타나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 거다. 얼마나 민감해야 하나? 얼마나 즉각적이어야 하지?
아기가 배가 고파 칭얼거리기 시작하면, 나는 ‘민감성’과 ‘즉각성’을 떠올리고 얼른 젖병을 물려준다. 배가 고픈 게 아닌 것 같으면 후다닥 기저귀를 살펴보고 갈아주거나 안아서 토닥거려주고 혹은 몸을 마사지 해준다. 아기가 원하는 것을 잘 알아주는 민감한 엄마, 아기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주는 엄마가 행복한 아기를 만든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내 양육방식에 대한 태클(?)이 여기저기서 들어온다.“너무 많이 안아주면 손탄다.”
“그렇게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면 까탈스러운 애가 된다.”
“아기가 너무 자주 먹는데, 달라는 대로 먹이면 소아비만 된다.”
“수유텀을 2-3시간 이상이 되도록 조절해야 된다.”
“아기에게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다보면 지친다.”
“애는 좀 울어야 목이 트인다. 조금은 울게 내버려둬라.”
“기저귀를 너무 자주 갈아준다, 더 싸게 둬라.”
…
그럴 때면 ‘자신의 욕구는 잘 돌보지 않으며 타인의 요구에 너무나 민감하고 그에 부응하려고 한다. 지나치게 착하다. 자식과 배우자를 포함한 타인에게 모든 걸 내어줄 필요는 없다’는 수퍼바이저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내가 아기에게 너무 과도하게 민감한가?’ 다시 한번 돌이켜본다.
얼마나 안아주어야 하지? 수유텀은 꼭 조절해야 하나? 소아비만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래서 또다시 책을 찾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며 무엇이 옳은 양육방식인지 답을 찾으려고 한다. 몰라서 오는 막연한 불안과 궁금증, 호기심 앞에 ‘주지화(intellectualization)'의 방어기제를 주로 써오던 습관이 지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마다, 학자들마다, 전문가들마다, 고수 엄마들 마다 다 말이 다르다. 아마도 그 답을 찾아야 하는 사람은 심리학자이자 엄마인 나인 것 같다. 그래서 실전에 부딪혀 공부하고 또 공부하며,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육아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침을 찾아서.우는 아이 재빨리 달래주면, 버릇없는 아기가 될까? 영아의 울음에 반응적인 부모들은 주의를 끌려는 끊임없는 요구로 부모들을 노예로 만드는 버릇없는 아기를 만드는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Mary Ainsworth와 동료들(1972)은 울음에 빨리 반응했던 엄마의 아기들이 거의 울지 않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반응적이고 민감한 어머니들이 스트레스를 받은 아기를 달래는 데 특히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Michael Lewis 와 Douglas Ramsay(1999)는 민감하고 주의를 잘하는 양육자가 아기가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예방하기 때문에, 덜 신경질적인 아기를 키워낸다고 믿는다. 발달심리학 [울음의 기능과 과정] by David R Shaffer -시그마프레스- p.179
결국 공부와 고민의 과정을 통해, 내 나름의 중심을 잡는다.
지금 잘 하고 있는 거라고. 아기의 욕구에 아주 민감한 것은 잘못된 게 아니라고.
손타지 않게 안아주지 않는 것, 울도록 내버려 두는 것, 수유텀을 조절하는 것은
양육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며.
내가 좀 힘들어도, 내가 좀더 많이 내어주더라도 행복한 아기를 키우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엄마의 역할이란 그래서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 앞서 가서, 출판사와 육아와 관련된 책을 내기로 계약했다. 초보 엄마로서 궁금증만 잔뜩 안고 미로를 헤매는 이 기분, 육아와 관련된 지침을 하나하나 배울 때마다 앎의 기쁨을 느끼는 오늘, 이 경험을 알기에 초보엄마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 아이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담았을 뿐 아니라, 처음 엄마의 길을 걸을 때 느끼는 당혹스럽고 불안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잘 기록해두어야겠다. 다시는 오지 않은 우리 아기의 소중한 성장과정, 그리고 초보엄마의 성장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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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트나
제가 지금 바로 이 문제로 심난해하고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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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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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짓체
글 잘 읽고갑니다. 동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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