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어머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될 때면 ‘정보의 홍수’ 라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오시는지... 게다가 초보 엄마들은 너무나 많이 쏟아지는 다양한 정보 속에서 어떤 방법과 어떤 내용이 자신의 아이에게 적합한지 판단할 수 없어 혼란을 많이 겪으시기도 하지요.

한의학에서는 ‘양자십법(養子十法)’이라고 하여 소아들의 섭생에 관한 중요한 10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보면 아주 간단하고 상식적이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는데 가장 중요한 원칙들입니다.

1) 등을 따뜻하게 해주세요 (要背煖)

등쪽의 중요한 경혈 중에 폐수(肺腧)라는 경혈이 있습니다. 3번째 흉추 바로 아래쪽에 해당하는 혈자리인데 이 곳을 따뜻하게 해주면 감기 등 외부에서 들어오는 질환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첨가한다면 목 뒤쪽에 움푹 들어간 풍지(風池)혈을 보호해주는 것도 감기 등의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2) 배를 따뜻하게 해주세요 (要肚煖)

더운 여름이라도 배 부위는 따뜻하게 해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배가 따뜻해야 내장 기관의 기능이 원활히 움직일 수 있습니다. 소화기 계통을 보호하는 것은 건강의 기본 수칙입니다. 아이의 배 부근이 차게 느껴진다면 반드시 며칠간은 음식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예쁘다고 종종 입히시는 배꼽티는 아이 건강에 좋지 않느니 배를 가리는 옷을 입혀주셔야 합니다.
3) 발은 따뜻하게 해주세요 (要足煖)

발은 각종 경락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따뜻하게 해주어야 기혈이 잘 순환되어 건강해집니다. 특히 발은 간과 신장, 쓸개로 통하는 중요한 경락이 시작하는 곳으로 발이 차면 기혈이 잘 통하지 않아 저항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
4) 머리는 서늘하게 해주세요 (要頭凉)

머리는 인체의 모든 양기(陽氣)가 모이는 곳으로 열이 많은 곳입니다. 앞에서 배는 따뜻하면 아프지 않다고 했지만, 머리는 그 반대입니다. 머리에 열이 높으면 두통이 오고, 전체 건강에 영향을 줍니다. 머리를 차고 서늘하게 하면 건강에 좋고 정신이 맑아져 총명해진다고 했습니다.
5) 가슴부위를 서늘하게 해줍니다 (心胸部凉)

인체의 건강을 위한 기본 조건은 ‘두한족열(頭寒足熱)’, 즉 상체는 서늘하게 해주고 하체는 따뜻하게 하는 것입니다. 심장은 ‘화(火)’의 기운이 강해 가슴부위에는 ‘화열’이 많습니다. 놀라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가슴부위가 답답해지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아이의. 아이의 가슴부위를 덥게 키우면 예민해져서 작은 일에도 화를 내는 다혈질의 성격이 될 수 있으므로 가슴부위를 항상 서늘하게 해주어 외부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6) 낯선 사람이나 이상한 물건을 어린 아기에게 보이지 않습니다 (勿見非常之物)

어린 아기들은 신경계의 발달이 완전하지 못하고 심장의 기운 역시 튼튼하지 못한 연약한 상태입니다. 낯선 환경이나 낯선 사람을 보게 되어서 놀라게 되는 경우 야제증이나 다른 여러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옛사람들은 백일 전에는 집안 식구들 외의 사람들에게는 아이를 보여주지 않을 만큼 안정된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요즘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7) 소화기를 따뜻하게 해주세요 (要脾胃常溫)

소화기는 음식물을 받아들여 영양을 흡수, 우리 몸에 필요한 여러 에너지를 생산해내고 기혈의 원천이 되는 역할을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냉장고에서 꺼낸 물이 아니면 잘 안 먹으려 하지요. 그런데 공복에 찬 음식, 음료수, 물 등을 많이 먹게 되면 비위장의 기능이 저하되는 등 전신적인 부조화 현상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땀을 흘리고 바깥이 더운 만큼 속은 냉해지기 쉬운데 냉해진 속에다 찬물을 마시면 당연히 배탈이 나게 됩니다. 아이들이 꼭 찬 물을 고집할 경우 따뜻한 물에 얼음을 띄워 마시도록 해보세요. 기운의 순환을 도와 배탈을 다소나마 막을 수 있습니다.
8) 아기가 울 때 바로 젖을 먹이지 마세요 (哭未定 勿使飮乳)

울 때 젖을 먹게 되면 호흡기로 젖이 들어가 호흡기 염증을 일으킬 수 있고 체기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달래려고 젖을 물리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된 상태에서 수유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9) 독한 약을 함부로 쓰지 않도록 합니다 (勿得輕服輕粉朱砂)

약은 성질이 평범한 음식과 달리 음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약효를 가지고 병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경기, 경련, 간질 등을 치료할 때 독한 주사(朱砂-황화수은이 함유된 약재) 같은 약을 한의사의 처방과 진단 없이 무리하게 사용하다가 많은 부작용을 겪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주사(朱砂)처럼 독한 약은 거의 쓰이지 않지만, 어떤 약이고 사용 전에 꼭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관찰 아래서 사용하시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10) 목욕을 너무 자주 시키지 마세요 (少洗浴)

아기들은 피부가 연약하고 또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너무 어린 아이들은 목욕을 자주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보통 아토피성 피부염 등을 가진 아이들은 하루 한 번 10분 정도의 탕 목욕을 원칙으로 하는데 이보다 자주 목욕을 하면 오히려 피부에서 수분을 뺏어가 피부 손상을 더 심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감기 등의 외감 질환도 자주 오게 됩니다.

어떤 육아법보다 중요한 먹거리 원칙

이 외에도 한의학 서적에는 날씨가 따뜻하고 바람이 없는 날에 일광욕이나 풍욕을 하면 피부의 면역력을 높인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소화기를 보호하기 위해 잘 때는 젖을 주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고, 모유 수유 중에는 어머님이 맵고 짠 음식,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아이들의 병은 대개 과식에서 오므로 정량의 70% 정도만 먹이고 음식 중에서 열이 많고 소화되기 어려운 음식은 피해야 합니다. 요즘 이유식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어머님들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식을 너무 일찍 시작하면 장위의 기운이 혼탁해져 여러 가지 질병≠?질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생후 6개월 이후 쌀을 이용한 이유식으로 천천히 시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아토피성 피부염을 가진 아이들에게 현재 일반적으로 권유되고 있는 사항이기도 하지요.

웰빙이 생활전반의 화두로 떠오른 요즈음입니다. 자연에 맞추어서 사시의 변화에 맞게 무리하게 욕심내지 않는 것. 그리고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음식과 환경을 조절해주는 것. 이것이 바로 육아에서의 웰빙의 원칙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군요. 어머님의 정성스런 손길이 바로 아이들에게는 ‘보약’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