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가진 부모라면 아기가 태어났을 때 그 조막만한 손끝과 발끝에 그보다 더 작은 손가락과 발가락이 5개씩 정확하게 제자리를 찾아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경이로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또,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아의 모습과 움직임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 기억도 있을 것이다.
엄마의 눈에는 태어난 아기가 너무나 작고 연약한 존재로 비춰져 마냥 안쓰럽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아기는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이 세상에 던져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기는 엄마의 뱃속에 있는 열 달 동안 차근차근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한다. 태아의 신체 기관들은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미 엄마의 자궁 내에서 또는 세상에 태어났을 때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변화를 거듭하며 꾸준히 성장해간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생리 시작일로부터 22주 이전의 태아는 생명력이 없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태아의 몇몇 신체 기관들은 이미 상당히 발달된 상태이며, 심지어 어떤 기관은 성인의 모습과 아주 유사하다.
수정란은 미세하지만 왕성한 세포분열을 거듭하며 5∼7일 사이에 자궁 내막에 착상을 한다. 2주째가 되면 재결합된 세포들은 3중 구조를 형성하고, 바로 여기에서 태아의 중요한 기관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자궁 내에서 2개월 정도 자란 배아(胚芽)가 태아(胎兒)의 상태에 가까워지면, 신경계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관이 형태학상으로는 정상적으로 발달해 일정한 꼴을 갖추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아직 그 기능이 완전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어떤 것은 이미 독립적으로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지만, 어떤 것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기관들이 제 기능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도 중요한 변화들은 출생 후에도 계속 진행된다. 아기들이 무방비 상태로 내던져진 바깥 세상의 새로운 환경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까닭도 이것이다. 태아의 각 신체 기관의 구성은 임신 2개월이면 어느 정도 이뤄지지만 그것이 완성되려면 7개월 이상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