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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변화시키는 행동수정의 원칙

아이를 변화시키는 행동수정의 원칙

아이를 변화시키는 행동수정의 원칙-매직 원 투 쓰리!

내가 일하는 병원의 정신과에 아동 파트가 생긴 것은 약 8~9년 전의 일이다. 아이들의 경우 어른들과 달리 심리적 문제를 보일 경우 약물치료만으로는 어렵고 다양한 치료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던 터라 아동에 대한 치료법을 배우기 위해 워크숍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16주의 긴 일정으로 오고 가는 거리도 만만치 않았으나 바로 환자를 만나고 치료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오고 가면서 몇 번이고 되돌아갈까 할 정도로 끔찍하게 막혔던 길과 피곤한 나를 더욱 지치게 했던 원서강독 외에 뭘 배웠는지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때 배워서 유용하게 활용했고 지금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가르쳐주는 것이 하나 있다.

당시 딸아이는 다섯 살이었는데 어느 정도 말이 통하고 알아듣기는 했지만 말만으로는 잘 안 되는 것들이 꽤 있었다. 예를 들어 아침저녁으로 이를 닦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런 대화가 늘 오가곤 하였다.
“너 이 안 닦으면 엄마가 어떻게 된다고 그랬지?”

“벌레가 이빨 깨물어 먹어서 아야 해.”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치카치카 해야 해.”
“그럼 얼른 가서 해.”
“으앙, 치카치카 하기 싫단 말이야.”
“아니, 다 아는 놈이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아기 때부터 자고 깰 때마다 동네가 떠나가라 울고, 그것으로도 부족해 자다 깨서 꼭 한두 번은 울어대곤 해 밤잠을 설치게 했던 큰아이는 기질이 까다로운 편이다. 평상시에도 고집이 세서 엄마인 나를 제외한 누구도 다루기 힘들어했고 아빠조차 쩔쩔매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싫어하는 걸 시키기 위해서는 조용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별로 없고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했다.

한번은 수업시간에 “매직 원 투 쓰리!”라는 내용을 배우게 되었다. 하나 둘 셋을 세면 마술처럼 말을 듣게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반신반의하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들었다.
“아이에게 무엇 무엇을 하라고 말하고 하나 둘 셋을 세는 겁니다. 물론 셋을 셀 때까지 시킨 것을 하지 않으면 어찌어찌 하겠다는 것을 미리 말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는 ‘자, 내가 셋을 셀 때까지 이것을 해라’라고 말하고, 하나 둘 셋을 세는 겁니다. 그리고 아이가 제대로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칭찬을 해주고, 하지 않으면 미리 정한 대로 벌을 주거나 타임아웃을 하면 됩니다. 그게 무슨 효과가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일단 활용해보면 마술처럼 효과가 좋아서 ‘매직’이라는 말이 앞에 붙게 되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일단 벌을 주겠다고 했으면 아이가 제대로 안 했을 때 반드시 벌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벌을 주겠다고 하고 주지 않으면 이것은 아무 효과도 없게 됩니다.”

지금처럼 행동수정 이론을 꿰고 있었다면 ‘저거는 조건화된 벌의 일종이구나’라고 알아차렸겠지만 당시에는 그야말로 현실로는 가능하지 않은 마술처럼만 느껴졌다. 그렇지만 워낙 용어가 인상적이고 방법이 단순해 어느새 머릿속에 담아두게 되었다.
그리고 그 주의 주말쯤이었던 것 같다. 아이가 또 씻는 일로 고집부리며 울고불고 해서 아이와 마주 보고 씩씩거리고 있는데 그 순간 강의시간에 들었던 ‘매직 원 투 쓰리’가 생각났다. 밑져야 본전이지 싶어 일단 사용해보았다.

“그만 울어! 엄마가 셋 셀 때까지 계속 울면 네 방에서 못 나오게 할 거야!”
“엉 엉 엉, 싫어. 싫어.”
“자, 센다. 하나 둘 셋! 방에 들어가 있어.”
“싫어. 안 들어갈 거야!”

고집쟁이 딸이 한번에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일단 말을 꺼내면 꼭 그대로 시행하라는 말이 생각나 버둥거리는 아이를 번쩍 안아서 아이 방에 데려다놓았다. 그리고는 “너 여기서 다 울고 나와. 다 울 때까지 나오면 안 돼! 다 울면 엄마한테 말해!”라면서 악을 쓰며 우는 아이를 방에 데려다놓고는 아이가 행여 놀랄까봐 방문을 열어놓고 그 앞에 지켜서 있었다. 과연 잘한 걸까, 효과가 있을까, 저렇게 악에 받쳐 떼쓰는 아이가 어떻게 달래지겠어, 그냥 몇 대 쥐어박을 걸 그랬나 하며 마음이 복잡해져 있는데 어느새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있었다. 안 보는 척 하고 슬그머니 방 안을 들여다보니 저쪽 구석에서 미움과 원망이 가득 찬 눈초리로 울던 녀석이 슬금슬금 벽을 따라 문쪽으로 오고 있었고, 시끄럽던 울음소리는 어느새 훌쩍임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는 드디어 문 앞, 주먹으로 눈물을 두어 번 훔치더니 내 앞에 와서는 “엄마, 나 다 울었어! 나가도 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이럴 수가, 그때는 정말로 마술을 보는 듯했다. 어떤 방법으로도 말을 안 듣던 아이가 하나 둘 셋과 번쩍 안아다놓은 것만으로 단 몇 분만에 조용해진 것이다. 도대체 무슨 마술이 숨어 있길래 아이가 이런 변화를 보이는지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무조건 신기했고 이후로 하나 둘 셋은 내 단골메뉴가 되었다. 처음에 한두 번은 고집을 세우며 말을 듣지 않으려고 했지만 “엄마가 말한 것은 무조건 지켜야 아이가 말을 듣습니다”라는 강의내용대로 그때마다 방에 데려다놓았더니 몇 번 지나지 않아 엄마에게 반항하기를 포기하고는 “알았어. 하면 되잖아”라며 슬그머니 일어나 할 일을 하곤 하였다.

딸아이가 청소년이 다 된 지금도 나는 가끔 딸아이에게 하나 둘 셋을 외친다. 그런 엄마가 한편으로는 우습다고 생각되는지 빙긋 웃으면서도 거역하지 않고 시키는 일을 하는 아이를 보면 여전히 하나 둘 셋은 마술로 남아 있다. 요즘 우리 집에서는 내가 딸아이에게 외치는 하나 둘 셋 외에 다른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너, 하나 둘 셋 할 동안 누나 책 안 내놓으면 사탕 안 줄 거야!”
“이~잉! 알았어. 주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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