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기가 태어났을 때 아기용품 중 필수품으로 들어가는 것 중의 하나가 보행기다. 빨갛고 노란 바퀴가 달린 보행기는, 집이 넓으나 좁으나 관계없이, 아기를 가진 부모나 아기가 태어난 집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즐겨 구입하는 아기용품이다.

보행기는 아기가 울 때, 혹은 아기가 심심해 할 때, 혹은 엄마가 청소를 해야 할 때 등 엄마 입장에서는 아기 돌보기의 짐을 덜어 주는 기구일 수 있다. 그래서 보행기가 집안에 있는 경우에는 아무리 안 태우려고 해도 안 태울 수가 없다.

◆ 보행기는 아기의 발달을 방해한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팀에 의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보행기가 아기의 발달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얼마 전 미국의 케이스 웨스턴리저부 대학의 캐럴 시걸(실험심리학)과 뉴욕 주립대학의 로저 버튼(발달심리학)은 100여 명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보행기가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아기들 절반은 보행기를 일체 태우지 않고, 나머지 절반은 하루 평균 2시간 30분씩 보행기에 앉혀, 3개월 단위로 발달정도를 측정했다고 한다.

연구 결과, 보행기를 타지 않은 아기들이 평균 5개월 때 앉고, 8개월 때 기고, 10개월 때 걷기 시작한 반면, 보행기를 탄 아기들은 6개월 때 앉고, 9개월 때 기고, 12개월 때 걷기 시작해, 보행기가 아기의 신체발달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 제발 보행기는 태우지 마세요

아기가 울 때 태워놓고 흔들어줄 수도 있고, 엄마가 바쁠 때 앉혀놓고 혼자 놀도록 할 수도 있고, 또 태워놓으면 아기가 밀고 다니면서 다리에 힘이 생겨 빨리 걸을 수 있다고 믿어, 보행기는 아기를 기르는 데 필수품 아닌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보행기는 아기가 스스로 자신의 몸을 이동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운동발달이 뛰어난 아기는 보행기에 태워도 타려고 하지 않아서 태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제는 발달에 위험이 있는 아기들이다. 이런 아기들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몸을 움직일 수 없어 보행기를 즐겨 타고, 결국 보행기 때문에 더 큰 운동 지연을 가져온다.

4, 5개월경에 운동발달이 늦는다며 아기발달클리닉을 찾아오는 엄마들에게 내가 꼭 하는 말이 있다. 제발 보행기 태우지 마세요.
생후 5개월이 되었는데도 아직 아기가 몸을 뒤집지 못하고, 팔을 쭉 뻗어 장난감을 잡지 못한다며 한 엄마가 검사를 받으러 왔다. 운동발달 지연이다. 다른 특별한 장애가 없다면 보행기가 원인이다.
보행기 많이 태우시죠?
네, 자주 태우는 편이에요.

◆ 보행기 부작용

1. 뒤집기와 기기를 방해한다

아기가 등으로 누운 자세에서 뒤집으려면 몸을 앞으로 굽혀야 한다. 그런데 뒤집지 못하는 아기의 경우는, 등 근육이 너무 세서 몸이 앞으로 구부려지지 않는 경우다. 마치 근육이 뻗치는 뇌성마비처럼 몸을 움직이려고 하면 몸은 등쪽으로 휘어지고 구부려지지 않는다.
아기가 보행기를 타고 움직이려면 아기의 다리가 뒤로 뻗쳐져야 한다. 이 동작은 아기의 등 근육을 뻗치게 만들어 몸이 앞으로 굽는 것을 방해한다. 특히 근육의 긴장도가 약간 떨어지거나 몸이 뻣뻣한 아기가 보행기를 타면 정도는 더 심해진다.

2. 팔 뻗기를 방해한다

아기의 등 근육이 긴장되면 아기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아기의 팔은 등쪽으로 뻗쳐져서 팔을 앞으로 뻗을 수 없게 된다. 마치 삼류 모델이 힘껏 어깨를 뒤로 젖히고 걸어갈 때 어깨에 무리한 긴장이 와서 어깨 높이가 올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런 아기는 가슴에서 20cm 떨어진 곳에 장난감을 놓아두면 장난감을 잡고 싶어 팔을 뻗으려 하지만, 양팔이 마치 어깨에 달린 날개가 펄럭거리듯이 펄럭거리기만 할 뿐, 팔이 앞으로 뻗어지지 않는다.

3. 까치발을 만든다

이외에도 아기가 보행기를 많이 탔는지를 알려면 아기의 발을 보면 된다. 아기는 보행기를 밀 때 발가락을 사용하기 때문에, 많이 탈 경우 아기의 발가락 부분이 앞으로 쏠리게 된다. 그리고 발가락이 앞으로 쏠릴 경우 까치발이 되기 쉽고, 발뒤꿈치의 아킬레스건이 짧아진다. 아킬레스건은 특히, 사람의 체중이 가장 많이 실리는 발목 근육으로, 동의보감에는 아킬레스건이 짧아지면 장수를 못한다.고 적혀 있다. 이는 곧 보행기가 아기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보행기는 아예 구입을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구입한 경우라면 아기가 허리를 가누는 5개월 이후에 꺼내놓고 이유식을 먹일 때 의자 대용으로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